한국선장포럼 - 2일간의 호르무즈 해협 탈출기
박지영 | (사)한국선장포럼 정회원 • 새한선관(주) 선장
6월 18일 목요일, 코스피가 9,000포인트(종가 9,063.84)를 넘었다는 뉴스를 보게 됐다. 나는 남들 다 하는 IRP만 하고 있고, 그나마 갖고 있던 삼성전자도 훨씬 전에 9만 원을 넘자마자 팔았으며 지금 광풍이라 할 수 있는 AI 관련 주식도 없다. 그래서 코스피가 9,000포인트를 넘었다는 TV 속 아나운서의 멘트가 그리 마음에 와닿지도 않았다. 어쨌든 코스피가 9,000포인트를 넘어간 다음 날인 6월 19일, 나는 수없이 반복했던 대로 인천공항에 도착해 사우디아라비아 담맘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6월 20일 아침, 사우디아라비아 담맘 공항에 도착했다. 같은 선박에 승선할 우리 선원들과 봉고버스로 갈아타고, 같은 날 13:30 LT에 사우디아라비아의 Al-Jubail 일반부두에 도착하여 앞으로 6개월을 동고동락 할 선박에 승선했다.
Al-Jubail 일반부두에서 선원 교대, 부식 구입, 청수 구입, Garbage 배출을 완료하고 같은 날 6월 20일 14:45 LT에 출항했다(한국시간 19:45 KST). 출항 2시간 후부터 GPS Jamming(전파방해)으로 ECDIS를 DR로 바꿔서 항해해야 했다. 이후 GPS Jamming 현상이 반복되다가 6월 21일 14:05 LT에 UAB의 Khalifa OPL에 투묘하고 대기에 들어갔다(이곳에서 호르무즈 채널 입구까지 287 NM / 531km). 약 23시간 이동하는 동안 GPS Jamming이 수시로 발생하여 ECDIS DR로 항해했고, 투모 후에도 하루에 2~3번 정도, 30분에서 2시간 정도 GPS Jamming이 발생하였다. 그나마 Spooting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처음 닫힌 3월 초부터 6월 20일 현재까지 본선에 승선해 있었던 항해사들의 말을 빌리면, 한창 미국과 이란이 전쟁 중이었을 때는 Jamming(재밍)뿐만 아니라 Spoofing(스푸핑)도 반복적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Jamming(재밍)과 Spooling(스푸핑)에 관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Jamming(재밍)은 특정 주파수 대역 에 강력한 잡음 신호를 송출하여 원래 신호를 덮어버리는 방식이다. 통신, 레이더, GPS 등을 무력화하거나 혼란을 유발하므로 선박 GPS 신호가 무력화되고, GPS와 연결된 ECDIS 역시 영향을 받아 정상 항해를 방해한다. Spooting(스푸평)은 정상적인 신호처럼 위장하여 허위 데이터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수신기가 잘못된 위치, 시간, 정보를 인식하게 만들어 오작동을 유발한다. 선박 GPS에 스푸핑이 발생하면 본선이나 타 선박의 위치가 실제 위치가 아닌 다른 지역 위치로 표시되어 선박 간 충돌 및 좌초 같은 해양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선박의 실제 위치가 페르시아 걸프 안쪽인데도 전혀 다른 지역인 아프리카에 있는 것으로 표시되기도 한다).
6월 21일 14:05 LT(한국시간 19:05 KST), 본선은 UAE의 Khalifa OPL에 투묘했다. 이틀이 지난 6월 23 일 오후, 회사의 연락을 받았다. PGSA(Persian Gulf Strait Authorily-이란이 설립한 호르무즈 해협청)에 서 조만간 호르무즈 통과 허가가 나올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현재 본선 위치에서(호르무즈 채널 입구까지 287 NM / 531km) 호르무즈 채널 입구에 좀 더 가까운 위치로 본선을 이동시키기로 했다. 2026년 6월 23일 19:10 LT에 양묘한 후 북동쪽 호르무즈 해협을 향해 항해했다. 다음 날인 2026년 6월 24일 05:00 LT에 UAE 북쪽 Sharjah OPL에 투모했다(이곳에서 호르무즈 채널 입구까지 68 NM / 약 5시간 거 리). Khalifa OPL에서 Shariah OPL까지 항해하는 20시간 동안에도 GPS Jaming은 일상적으로 발생했으나, 같은 시간대에 Spoofing은 발생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본선에 처음 승선한 6월 20일부터 해양수산부에 하루 3번(06:00 KST / 15:00 KST / 21:00 KST) 카톡으로 위치 및 본선 상황을 보고했으며, 해양수산부로부터 호르무즈 관련 정보를 수신하였다.
Sharjah OPL에 도착한 6월 24일 05:00 LI부터 카톡, WhatsApp(PGSA가 사용하는 앱임), VHIF, 위성 전화, VSAT 전화, 이메일 등을 수신 확인하기 시작했다. 브리지 당직사관들에게도 VHF와 위성 전화를 유심히 청취하도록 지시하였고, 기관장에게는 언제라도 출항할 수 있도록 관련 설비를 최대한 빨리 스탠바이 할 수 있게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선장 사무실에서는 카톡, WhatsApp, VSAT 전화, VSAT 이메일 등을 30분마다 확인하기 시작했다.
회사와 선박 모두 긴장된 이틀을 보내고, 2026년 6월 26일 00:10 LT(한국시간 05:10 KST)에 부산 사무실로부터 PCSA(Persian Gulf Strait Authority / 이란 호르무즈 해협청)가 지정한 채널로 호르무즈 통과 허가를 받았으니 출항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00:50 LT에 양묘해 PGSA가 지정한 채널 입구로 항해를 시작했다.
PGSA(Persian Gulf Surait Authority)가 지정한 채널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 TSS(Trafic Separation Scheme)보다 북쪽으로 약 3 NM(5.55km)에 있다. 결과적으로 이란 영해 안에 있는 Latrak Island에서 남쪽 으로 8 NM(14.80km) 안에 Outbound route(W에서 E 방향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는 항로)와 In-bound route(E에서 W 방향으로,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어가는 항로)가 모두 포함되어 있으므로 사실상 이란 영해 안에서 통항하는 것이다. 만약 PGASA가 만든 이 항로가 굳어진다면, 전쟁 전 이용했던 해협의 통과 통항권(Transit Passage Right)에서 이란이 주장하는 무해항권(Innocent Passage Right)으로 바뀔 수도 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르면 영해는 본토와 섬(직•선기선 적용)에서 12 NM(22.20km) 안으로 인정되며, 영해를 통과하는 선박은 무해통항권(Innocent Passage Right)을 가진다. 무해통항권은 유엔해양법협약 제2부 제17조, 제18조, 제19조에 규정되어 있으며, 영해를 통항하는 선박은 연안국의 평화, 질서, 안보를 해치지 않는 한 자유롭게 통항할 권리가 있다(군함에도 무해항권은 적용되지만, 연안국 영해 진입 시 사전 통보를 하는 것이 국제관례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하루 평균 100척~150척 규모의 상선(모든 선종 포함)이 이용했고,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하루 2천만 배럴 이상)가 이동했던 원래의 호르무즈 해협에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모든 선박에 통과통항권(Transit Passage Right)이 적용된다. 이는 유엔해양법협약 제38조에 규정되어 있으며, 모든 선박과 항공기가 자유롭게 연속적으로, 신속히 항행할 수 있고 연안국이 이를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다.
무해통항권과 통과통항권 모두 연안국에 위해를 가하거나 안보를 해치지 않는 한 선박이 통항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란이 전쟁 전 사용한 호르무즈 해협(통과통항권)에서 PGSA가 지정한 채널(이란 영해 안쪽에 위치 / 무해통항권)로 바꾸려는 데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원하는 대로 무해통항권이 적용되면 연안국인 이란이 자국의 안전과 환경보호를 위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관련 규정을 상당히 까다롭게 만들거나 통항하는 선박 및 선사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정보 안내 및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관련 비용을 부담시키려는 의도 또한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 들어서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무해통항권이든 통과통항권이든 서비스 비용을 지불한 전례는 없다. 다만 전 세계 물동량의 약 20~25%가 통과하는 말라카•싱가포르 해협은(통과통항권 적용) 등대, 부표 등 항행보조시설의 유지·보수와 환경보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연안국, 선박 이용국, 민간 해운업계가 항행안전기금을 2007년부터 자발적으로 분담하고 있다. 이란은 이런 형태의 타국의 자발적 기금이 아닌, 자국이 책정한 서비스 비용을 부담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문제는 IMO를 비롯한 국제 해운사회가 함께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아래 사진은 전쟁 전 호르무즈 Channel과 전쟁 후 이란(PCSA)이 지정한 Channel이다.
본선은 같은 날인 6월 26일 14:30 LT(한국시간 19:30 KST)에 호르무즈 해협(이란 PGSA Control Area) 을 빠져나왔으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선적되어 현재까지 3개월째 보관된 화물을 하역하기 위해 인도로 항해하고 있다.
본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수고해 주신 해양수산부 직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특히 밤잠을 설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PGSA 채널의 관련 정보들을 분석해 본선에 알려주고, 여러 가지로 물심양면 온 힘을 다해 도와주신 부산 사무실의 부사장님과 직원분들께 지면을 빌려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원본 출처: 월간 「海바라기」 8월호 https://www.mariners.or.kr/business/business03_view.php?bd_code=magazine&bd_idx=7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