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의 보이지 않는 위협 : 선박승무원의 피로
임재식 | 범진상운(주) 선장
선상에서 선박승무원의 피로 관리에 관한 엄격한 국제 규정과 인식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선박승 무원의 피로가 누적된 결과로 상황인식이 저하되어 해양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외국의 해사 안전 관련 기고에서 인용한 문제점과 대책을 공유하고자 한다.
선상에서 피로의 원인
선상에서의 피로는 단지 피곤함을 느끼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상태다. 이는 부적합한 수면 환경으로 인한 수면 부족, 불규칙한 일정, 장시간 지속되는 심신의 격렬한 활동(장시간 근무), 선상의 소음이나 진동 등 의 환경적 장해 요인 등으로 발생한다. 승선 인원의 부족, 부적절한 휴식, 고립된 선내 환경 등도 선박승무원 피로 누적의 보편적인 원인이다.
이러한 피로 누적의 결과 주의력 및 집중력의 저하, 위험에 대한 반응속도 저하, 판단력 약화, 위험 감지 능력 감소 등의 위험한 신체적 • 정신적 현상이 빠르게 나타난다.
West P&I Club의 연구에 따르면 해상의 선박승무원의 3분의 1 이상이 수면 부족을 보고했으며, 많은 승무원이 외부의 규제를 피하고자 근무 및 휴식 시간 기록을 위조했다고 인정했다. 선박의 시니어 사관 상당수는 송송 본선 운항 업무상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고도의 불안장애로 인한 수면장애 현상을 경험한다고 했다.
선박승무원의 피로가 몰고 오는 해양사고
최근 각종 해양사고 보고서에선 피로에 지친 당직근무자가 심각한 해양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자주 언급하고 있다. 영국 해양해안경비대(UK MCA)가 기소한 몇몇 해양사고 사례에선 선상에서 당직근무자가 주의산만, 음주 혹은 당직근무 중 잠에 떨어져서 충돌이나 좌초 사고로 이어진 사고들을 볼 수 있다.
해당 보고서의 한 사례에서는 당직근무자의 피로에 의한 주의산만으로 두 명이 사망했다. 1인 선교당직에 임하고 있던 당직항해사가 졸음에 취해 상황인식을 사전에 하지 못해서 선박이 좌초된 사건도 있었다. 국제항해학회(The Nautical Institute)가 발표한 사례에 따르면, 피로에 지친 갑판부 승무원들이 출항 전 악천후 대비 갑판상 기기의 고박 조치를 미룬 채 수면을 취했다가 출항 후 치명적인 사고로 연결되어 여러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경우도 있다.
규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SICW 협약, 해상노동협약(MILC) 및 ISM 코드는 근무 및 휴식 시간에 대한 의무 제한을 설정하고 피로 위험 관리 절차를 명시하여 해운사와 선장에게 명확한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즉 하루 24시간 중 10시간의 휴식 시간을 주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해당 규정이 잘 지켜 지지 않는 경우가 잦아 진정한 휴식을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과다한 업무량, 잦은 입출항 작업, 관료주의적 행정 서류의 과부하, 소음, 진동이나 악천후 등 선상 환경의 방해 요소로 인해 휴식 시간이 잠식되어 단편적인 수면과 만성 피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휴식을 중요시하는 문화 구축이 시급하다
선박승무원의 피로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운사는 선상에서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체크박스 검토와 같은 규정 준수를 넘어, 사전 예방적으로 선박승무원의 실질적인 피로 관리를 수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권장한다.
여기서 해운사와 선상 리더십의 실천적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해운사와 선장은 선박승무원의 피로가 의심될 때는 선박과 승무원의 안전을 위해 개입해야 하며, 편의상 방조가 아닌 현실을 반영하는 정 확한 근무•휴식 시간을 기록하고 보관해야 한다.
맺음말- 앞으로 나아갈 길
선박승무원의 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심각한 사고로 연결된다. 해운산업계가 선박의 안전과 운항 효율을 위해 디지털화와 자동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박의 안전 향상을 위한 가장 큰 장치는 가장 간단한 부분일 수 있다. 즉 선박승무원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원본 출처: 월간 「海바라기」 8월호 https://www.mariners.or.kr/business/business03_view.php?bd_code=magazine&bd_idx=7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