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헌법 - 유엔해양법협약(1)
전영우 | 해기인력정책연구소장
바다를 사랑하는 소년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마음껏 누리고 있는 이 거대한 바다에도 주인이 있는지, 그리고 바다의 질서를 유지하는 거대한 규칙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바다의 헌법 이라 불리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질문 1 : 소장님, 바다를 상상할 때 자유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요. 바다가 자유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답 1: (대항해시대의 개막과 바다의 지배권 다툼) 원래 바다는 국경선이 보이지 않아 누구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이 자유로운 바다를 통째로 차지하고 싶어 하는 나라들이 생겨났습니다. 15세기 후반,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 항로를 개척하면서 본격적인 '대항해시대'가 열렸습니다. 당시 해양 강국이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교황의 중재를 받아 지구를 반으로 나누듯 바다를 둘러싸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선을 기준으로 동쪽 바다는 포르투갈이, 서쪽 바다는 스페인이 지배한 다!"라며 바다를 사유재산처럼 독점하려고 한 것이지요. 이를 폐쇄 해론(Mare Clausum)'이라고 부릅니다. 뒤늦게 해상 무역에 뛰어든 영국과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은 이 무모한 독점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바다를 독점 당하면 다른 나라들은 무역할 수도, 풍요로운 물고기를 잡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 답 2: (대포가 결정한 바다의 경계, 전통적 바다의 질서) 이때 바다의 패러다임을 바꾼 위대한 생각의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1609년, 네덜란드의 천재 법학자 후고 그로티우스(Hugo Grotius)는 「해양자유론(Mare Liberum)」이라는 책을 발표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단순하고 강력했습니다. "바다는 공기와 같아서 누군가가 독점할 수 없으며, 모든 인류가 자유롭게 이용해야 한다." 이 '바다의 자유' 원칙은 전 세계의 지지를 받으며 전통적인 바다의 질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바다를 다 열어둘 수는 없었습니다. 적의 군함이 우리나라 해안가 바로 앞까지 와서 대포를 겨누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국가의 힘이 미치는 바다의 범위인 영해(Territorial Sea) 라는 개념이 탄생했습니다. 당시 영해의 기준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해안가에서 쏜 '대포의 사정거리를 기준으로 삼은 것입니다. 당시 대포가 날아갈 수 있는 최대 거리가 약 3해리(약 5.56km)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전 세계 바다의 기준은 해안선으로부터 3해리까지는 그 나라의 바다(영해)이고, 그 밖은 누구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공해(High Seas)"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수백 년간 유지된 전통적인 바다의 질서였습니다.
- 질문 2 : 오늘날은 영해의 범위가 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나요
- 답 1: (3해리 규정이 무너진 이유와 새로운 갈등)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평화롭던 3해리(약 5.56km)의 규칙을 뒤흔들었습니다. 20세기 들어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대포의 사정거리는 3해리를 훨씬 넘어섰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바닷속이었습니다. 옛날에는 바다에서 물고기만 잡았지만, 이제는 바다 한가운데에 거대한 시추선을 세워 석유와 천연가스를 뽑아 내고, 심해에 묻힌 값진 광물들을 캐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각 나라의 욕심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1945년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우리 앞바다 대륙붕에 있는 모든 자원은 미국 것이다!"라고 선언해 버렸습니다. 이어서 다른 나라들도 "영해를 12해리로 늘리겠다", 200해리까지 우리 바다로 삼겠다"라며 앞다투어 바다에 선을 긋기 시작했습니다. 바다 는 순식간에 다시 거대한 분쟁의 장으로 변했고, 전 세계는 바다의 주권을 두고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 답 2:(바다의 헌법, 유엔해양법협약과 신 해양질서) 바다를 이대로 둔다면 인류는 끝없는 전쟁에 휘말릴 게 뻔했습니다. 이에 전 세계 국가들은 유엔(UN)을 중심으로 모여 머리를 맞댔습니다. 수십 년간의 치열한 회의와 조정 끝에 1982년 마침내 새로운 바다의 규칙이 탄생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전 세계 바다를 규율하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며, 이를 '신해양질서 또는 '바다의 헌법 이라고 부릅니다.
- 답 3: 유엔해양법협약 은 왜 중요할까요? 바다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바다를 아주 꼼꼼하게 조리조각 나누어 규칙을 정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오랜 분쟁 끝에 연안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해의 범위를 12해리(약 22km)로 통일했습니다. 마치 영토처럼 이 안에서는 그 나라의 법이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둘째, 영해선으로부터 200해리(약 370km)까지의 수역을 지정하여, 그 안의 물고기, 석유, 광물 등 모든 경제적 자원을 독점적으로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권리를 연안국에 줬습니다. 대신 다른 나라 배나 비행기가 자유롭게 지나다니는 것은 허용해야 합니다. 셋째, 어느 누구의 바다도 아닌 깊은 바닷속(심해저) 자원은 특정 국가가 독점할 수 없으며,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지정해 함께 나누도록 했습니다. 또한 오염되어 가는 바다 환경을 전 지구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무도 담았습니다.
• 인류가 바다를 독점하려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유엔해양법'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헌법을 만들어 낸 과정은 정말 경이롭지 않나요? 오늘날 우리가 타는 수많은 무역선과 해기사 선배들이 전 세계 바다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유엔해양법이 바다의 평화와 질서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도 이 해양법은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무기이자 방패입니다. 다음 달에는 이 무기이자 방패인 유엔해양법협약의 세부 내용을 더 알아볼까요?